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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100타점의 위업, 그러나…4번 타자 문보경은 왜 갑자기 사라졌나

모아토픽입력 2025-09-29 12:48
 LG 트윈스의 '믿음의 야구'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4번 타자 문보경이 지독한 9월의 부진에 빠지자, 염경엽 감독이 '휴식'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문보경은 9월 들어 출전한 14경기에서 타율 0.154, 20개의 삼진을 당하며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정규시즌 1위 확정을 눈앞에 둔 중요한 한화와의 3연전 내내 선발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주전 선수가 부진에 빠지더라도 믿고 기용하며 스스로 감을 되찾게 해야 한다는 염 감독의 평소 지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정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령탑의 더 큰 그림이 숨어있다. 염 감독은 10년 넘게 감독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자신만의 데이터와 원칙을 바탕으로, 선수가 슬럼프의 선을 넘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과감한 휴식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무작정 2군으로 내리는 강등이 아닌, 1군에 동행하며 타격 코치와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재정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문보경의 이번 결장 역시 이러한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단순한 문책성 제외가 아닌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둔 계획된 '리셋'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의 이러한 '충격 요법'은 이미 성공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올 시즌 초반, 타율 1할대의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던 신민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 염 감독은 신민재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실전 경기 없이 오직 타격 훈련에만 몰두하는 5일간의 특별 프로그램을 지시했다. 머리를 비우고 오롯이 자신의 스윙에만 집중하라는 감독의 주문이었다. 열흘 뒤 1군에 복귀한 신민재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6월과 7월, 각각 3할 6푼과 3할 8푼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핵심 전력으로 완벽하게 부활했고, 시즌 타율을 3할대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염 감독은 문보경에게도 이 '신민재 성공 공식'을 적용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2년 연속 20홈런-100타점이라는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문보경은 팀 타선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사령탑은 "우리 타선은 결국 보경이가 4번에서 제 역할을 해줄 때 가장 강하다"고 힘주어 말하며, 포스트시즌의 영광을 위해 잠시 비워둔 4번 타자 자리의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스 초이스